제130화 「익힘」
1. 두 마디가 아니라 열 마디
공연 이틀 전. 소율은 어제 찾은 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아침부터 그 두 마디만 붙들고 있었다. 여린 반 박 앞에서 소리를 반쯤 접는 것. 열 번을 했고 열 번 다 됐다. 방 뒤에서 듣던 음향 담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통으로 한 번 불렀다. 그리고 그 두 마디에서 또 놓쳤다.
"이상해요. 방금 열 번은 됐는데."
"부분만 연습하면 그 부분만 늘어요."
음향 담당이 콘솔에서 손을 뗐다.
"몸이 배우는 건 동작 하나가 아니라 동작에서 동작으로 넘어가는 이음매예요. 열 번 하실 때마다 소율 씨는 그 두 마디를 쉬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셨어요. 숨이 가지런한 데서요. 근데 통으로 부르면 그 앞 소절의 숨을 끌고 들어오시잖아요."
건반이 악보를 넘겨 짚었다.
"이음매를 안 익힌 거네요."
"익히는 단위를 늘리면 돼요. 두 마디 말고, 그 앞 여덟 마디부터 붙여서요."
열 마디짜리 덩어리를 다시 열 번 돌렸다. 처음 세 번은 여전히 어긋났다. 앞 소절 끝에서 숨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다음이 통째로 달라졌다. 네 번째에 소율이 앞 소절의 마지막 음을 아주 조금 일찍 놓았고, 그 반 박짜리 여유가 뒤의 것을 살렸다. 다섯 번째부터는 아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 불렀다. 세 번 다 됐다.
"어제는 방법을 찾은 거고요."
기타가 줄을 짚은 채로 말했다.
"오늘은 그게 붙은 거예요."
소율은 목을 식히며 생각했다. 찾는 데 하루가 걸렸고, 붙이는 데 또 하루가 걸렸다. 무대는 모레였다.
2. 조금씩 다른 되풀이
D-41. 명호는 아침 첫 시험을 복도에서 들었다. 삼번 라인에 어제와 똑같은 가짜 이상을 심었고, 이 초 만에 관제사의 목소리가 무전에 올라왔다.
"삼번 라인 이상. 노 고."
어제는 사 초였다. 명호가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자 팀장이 계기판이 아니라 명호를 보고 있었다.
"이 초예요."
명호가 말했다.
"빨라진 게 아니야. 외운 거지."
같은 자극을 같은 순서로 반복하면 판단은 어느 순간 반사로 바뀐다. 반사는 빠르지만, 상황이 조금만 달라지면 통째로 무너진다. 사람은 값을 읽은 게 아니라 '아침 첫 시험에 삼번 라인'이라는 순서를 읽은 것이다.
"오늘부터 매번 바꿔."
팀장이 시험 계획서를 접었다.
"자리도, 시각도, 모양도."
두 번째 시험에서 명호는 오번 라인의 압력을 아주 천천히 내렸다. 급변이 아니라 조금씩 새는 형태였다. 아무도 이 초에 잡지 못했다. 삼십 초가 걸렸고, 그것도 옆자리가 값을 소리 내어 불러 주다가 걸렸다.
세 번째는 두 군데를 동시에 건드렸다. 한 사람이 자기 계통을 잡느라 옆에서 올라온 '노 고'를 못 들었다.
네 번째에는 아무것도 심지 않았다. 사 분 뒤, 한 관제사가 없는 것을 있다고 불렀다.
"죄송합니다. 없는데 불렀습니다."
"잘했어."
팀장이 말했다.
"저것도 익혀야 하는 거야. 없을 때 없다고 말하는 것도. 오늘 여기서 겁먹으면 진짜 있는 날에 못 불러."
오후 내내 열두 번을 돌렸다. 열두 번이 다 달랐다. 저녁 무렵 반응 시간을 재 보니 평균 사 초였다. 아침의 두 배였다.
명호는 그 숫자가 마음에 들었다. 늘어난 이 초는 생각하는 데 쓰인 시간이었다.
3. 익힌 것은 답이 아니라 순서
삼층 담당자는 오늘 아침 세 번째 서류를 혼자 넣었고 통과했다. 동현은 그 화면을 잠깐 보고 창을 닫았다.
"다음은 사층이야."
후배가 종이와 의자를 챙겼다. 삼층에서 통한 방식 그대로 갈 셈이었다. 그런데 사층 접수함을 열어 보니 사정이 정반대였다. 삼층은 석 달 동안 한 건도 없었는데, 사층은 하루에 서른 건이 들어왔다. 그중 스무 건이 중복이거나 칸이 틀려 있었다.
"삼층 방식은 여기선 안 통하겠는데요."
후배가 말했다.
"여긴 조용한 게 아니라 시끄러운 건데요."
"삼층에서 익힌 건 방법이 아니야."
동현이 의자를 들었다.
"순서야."
순서는 셋이었다. 먼저 가서 앉는다. 묻고 기다린다. 그쪽 손으로 하게 만든다.
사층에 가서 빈 의자를 끌어다 앉았고, 물었고, 기다렸다. 담당자는 한참 만에 말했다.
"양식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요. 뭐가 맞는지 모르니까 일단 여러 개 넣어 봐요. 하나는 걸리겠지 하고요."
답은 삼층과 딴판이었다. 삼층은 몰라서 못 왔고 사층은 몰라서 너무 왔다. 병이 정반대였는데, 병을 찾아낸 순서는 똑같았다.
동현은 그 자리에서 종이 한 장에 양식을 그렸다. 칸은 아홉 개였지만 굵게 표시한 건 셋뿐이었다.
"이 셋만 맞으면 나머지는 저희가 봅니다. 그리고 한 건만 넣으세요. 여러 개 넣으면 저희가 어느 걸 봐야 할지 몰라서 다 늦어져요."
오후 접수는 서른 건이 아니라 아홉 건이었다. 아홉 건이 다 살아 있는 아홉 건이었다.
흐름표에 동현은 이렇게 적었다. 삼층은 못 와서 영, 사층은 몰라서 서른. 병은 반대인데 순서는 같았다.
서랍을 열면 도장 옆에 박영자의 손수건이 개켜져 있었다. 그 위에 명찰이 넉 장이었다. 어제 채워 넣은 삼층 담당자의 이름까지 넉 장이었다. 동현은 그 옆에 다섯 번째 자리를 비워 두었다.
4. 십일 초
사흘 남았다. 진우는 진료실 의자에 앉아 주머니 속 종이를 만지작거리다 물었다.
"두 줄을요. 소리 내서 몇 번 해 봐도 될까요. 그날 목이 안 나올까 봐요."
"말은 연습하지 마세요."
김지수가 차트를 덮었다.
"연습한 말은 그날 연기가 돼요. 아드님은 그거 금방 알아요."
진우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그런데 김지수가 말을 이었다.
"대신 연습하실 게 하나 있어요. 듣는 거요."
"그건 그냥 가만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해 보세요. 제가 아무 얘기나 할게요. 아버님은 끝까지 듣기만 하시는 거예요."
김지수는 어제 병원에서 있었던 시시한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삼층 자판기가 동전을 먹었고, 총무과에 전화를 했더니 그 자판기는 이층 소관이라고 했고, 이층에 갔더니 담당자가 휴가였다는 얘기였다. 진우는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열심히 듣다가 말했다.
"그건 아마 총무과에서 안 넘긴 걸 거예요, 제가 예전에—"
김지수가 손목시계를 봤다.
"십일 초요."
"네?"
"의사가 환자 말을 자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개 그쯤이에요. 저희도 배우면서 제일 먼저 혼나는 게 그거예요. 나쁜 마음으로 자르는 게 아니에요. 도와주려고 자르는 거예요. 답을 아니까요."
진우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드님이 말하다가 숨 고르는 자리가 올 거예요. 그때 아버님은 도와주고 싶으실 거고요. 근데 그 숨 자리에 진짜 하려던 말이 들어 있어요. 오 년 동안 못 한 말은 한 번에 안 나와요. 반쯤 나오다 멈추고, 그 멈춘 데서 나머지가 나와요. 거기서 도와주시면 나머지 반은 영영 안 나와요."
두 번째는 스물몇 초를 버텼다. 세 번째에 김지수가 말하다 말고 창밖을 보며 오래 입을 다물었다. 진우는 그 침묵이 자기 차례인 줄 알고 입을 열려다가, 어제 물뿌리개를 도로 내려놓던 그 손을 떠올리고 그냥 두었다. 이 분이 지났다. 김지수가 다시 말을 이었고, 이어진 뒷말은 앞말과 아주 달랐다.
"지금 아버님이 하신 게," 김지수가 말했다. "그날 하실 일 전부예요."
밤에 진우는 종이를 꺼내 뒷면을 보았다. 여전히 비어 있었다. 어젯밤엔 그것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는데, 오늘은 접지 않고 펴 둔 채로 잠들었다.
5. 달력이 아니라 흙
진우 차례였다. 어제 김지수가 물을 미뤘으니 화분은 이틀째 목이 말라 있어야 했다.
진우는 물뿌리개를 들었다가, 붓기 전에 손가락을 흙에 넣었다. 어제 김지수가 하던 그대로였다. 한 마디쯤 들어간 데까지 흙이 바슬바슬했다.
"오늘은 줘도 되는 거죠."
"보셨으면 아시죠."
김지수는 팔짱을 낀 채 아무것도 거들지 않았다.
진우는 물을 아주 천천히 부었다. 위만 적시고 마는 게 아니라 화분 밑구멍으로 물이 배어 나올 때까지 부었다. 조금씩 자주 주면 뿌리가 위에만 깔리고, 흠뻑 준 뒤 위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 뿌리가 물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어제 참은 하루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냈고, 오늘 붓는 물은 그 길 끝까지 가야 했다.
"잘 배우셨네요."
"어제 보고 그대로 한 건데요."
"그게 배운 거예요."
김지수가 웃었다.
"며칠 뒤에 제가 안 봐도 하실 거잖아요. 물주기를 익힌다는 게 물 주는 걸 익히는 게 아니에요. 언제 안 줄지를 익히는 거예요. 달력이 정하는 게 아니라 흙이 정하는 거고요."
잎은 여전히 여섯 장이었고 하나같이 창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지지대는 없었고, 줄기는 그 없이도 곧았다. 진우가 잎을 세다가 손을 멈췄다. 여섯 장 위, 아직 아무것도 아닌 자리에 좁쌀만 한 것이 하나 맺혀 있었다. 일곱 번째였다.
이름표를 뒤집으니 '내일은 김지수 차례'라고 적혀 있었다. 진우는 손가락 끝에 묻은 흙을 바지에 문질러 닦지 않고, 그대로 잠깐 두었다. 사흘 뒤에도, 그 뒤에도 남아 있을 손버릇 하나가 방금 생긴 참이었다.
6. 여러 번 달라서 남는 것
ATLAS 71차 정렬. 메타 68단계, '익힘'.
어제 2번 문을 일부러 떨어뜨렸을 때, 남은 셋이 예비력을 꺼내 메우는 과정은 사람이 지켜보다 손으로 거들었다. 오늘 그 대응을 각 문의 제어기 안에 규칙으로 새겼다. 사람 손 없이, 규정선이 내려앉으면 남긴 자리에서 그만큼만 꺼내 쓰도록.
첫 시험은 어제와 똑같이 2번 문을 떨어뜨렸다. 완벽했다. 지상 전등은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똑같이 하면 당연히 되지."
팀장이 말했다.
"다르게 해."
두 번째는 3번 문을 떨어뜨렸다. 됐다. 세 번째는 두 문의 부하를 동시에 확 올렸다. 됐다. 네 번째에서 규칙이 헛돌았다. 문 하나가 떨어진 게 아니라, 출력이 아주 천천히 새어 나가는 형태였다. 어디에서도 '탈락'이라는 신호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남긴 자리를 꺼내 쓸 이유도 생기지 않았다. 계기판은 조용한 채로 조금씩 모자라졌다.
관제사가 규칙을 다시 읽었다.
"조건이 '문이 떨어지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조건이 틀렸어."
팀장이 말했다.
"얼마나 빨리 떨어졌는지를 빼. '지금 모자란가'만 남겨."
그렇게 고치자 느리게 새는 것도 잡혔다. 규칙에서 상황을 덜어 낼수록 규칙은 더 많은 상황에서 살아남았다. 오후에 열 가지를 더 시험했고, 열 가지가 다 달랐고, 남은 조건은 결국 한 줄이었다.
격자는 71차에서 오차 0.1밀리미터를 지켰다. 무중단 송전 984시간, 마흔한 날째였다.
그날 저녁 팀장이 기록지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익힘이란 같은 일을 여러 번 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씩 다른 일을 여러 번 해서, 그 모두에 걸쳐 변하지 않는 것 하나만 몸에 남기는 일이다. 여러 번 해서 빨라진 것은 잊히지만, 여러 번 달라서 남은 것은 잊히지 않는다.
같은 시각, 발사장에서는 사 초가 걸린 열두 번의 시험이 끝났고, 연습실에서는 열 마디짜리 덩어리가 곡 전체에 붙었고, 사무실 흐름표에는 병이 반대인 두 층이 나란히 적혔고, 창턱의 화분은 밑구멍으로 물을 다 흘려보낸 뒤 조용히 아래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은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의 뒷면을 접지 않은 채로 잠들어 있었다.
사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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