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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27화 - 기울임

우주관리자 2026. 7. 17.

 

제127화 「기울임」

 

1. 빈 방에서 정한 소리

 

소율이 어제 정한 그 반 박을 다시 불러 보려는데, 음향 담당이 객석 한가운데 서서 손뼉을 한 번 쳤다. 소리는 0.8초 만에 잦아들었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소율을 돌아보았다.

 

"이 방, 지금 비어 있잖아요."

 

그가 말했다.

 

"다음 달에 여기 아흔여섯 사람이 들어와요. 두 번이니까 다 합치면 이백 명 가까이. 사람은 옷을 입고 있고, 옷은 소리를 먹어요. 머리카락도 먹고, 살갗도 먹고요. 만석이 되면 이 방 잔향은 0.5초 밑으로 떨어질 거예요."

 

소율의 손끝이 마이크 스탠드에서 미끄러졌다. 어제 소율이 정한 것은 속삭임에 가까운 여린 한 음이었다. 그 음이 뒷줄까지 걸어갈 수 있었던 건 이 방의 잔향이 그 소리의 꼬리를 조금 물고 늘어져 주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차면 그 꼬리가 사라진다. 빈 방에서 고른 소리는 빈 방의 소리였다.

 

"의자마다 담요를 깔아 볼게요."

 

음향 담당이 창고에서 낡은 담요와 코트를 잔뜩 꺼내 왔다. 세션 셋과 소율이 아흔여섯 개의 의자에 그것들을 하나씩 얹었다. 사람 대신 옷이 앉은 객석에서 다시 손뼉을 치니 소리는 이번엔 0.55초 만에 사라졌다. 소율이 그 방에서 어제의 반 박을 흘렸다. 뒷줄에 앉은 기타가 손을 들었다.

 

"여기까진 와요. 근데 겨우 와요."

 

"더 크게 부를까요."

 

소율이 물었다. 음향 담당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어제 찾은 게 없어져요."

 

그가 뒷줄로 걸어가 의자에 앉더니, 상체를 반 뼘 앞으로 기울였다.

 

"다시요."

 

소율이 다시 흘렸다. 그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들려요. 방금 제가 한 게 전부예요. 반 뼘 기울인 거."

 

"관객이 그걸 해 줄까요."

 

건반이 물었다. 소율은 잠시 빈 객석을 바라보다 말했다.

 

"안 하면 안 들리는 소리면, 하게 될 거예요. 안 들리면 사람은 원래 몸을 기울이잖아요."

 

소율은 그 반 박을 어제보다 더 여리게, 조금 더 앞으로 몸을 기울여 불렀다. 소리를 키우는 대신 거리를 줄인 것이다. 담요가 앉은 객석 끝까지, 그 한 음은 겨우, 그러나 분명히 걸어갔다.

 

2. 몸을 기울이는 감시

 

발사 마흔나흘 전. 관제실은 이틀째 조용했다. 어제 워치독으로 되물어 본 뒤로 계기판에는 여전히 아무 불도 켜지지 않았고, 카운트다운 리허설은 또 한 번 사고 없이 끝났다. 명호는 그 조용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조용함이 아니라 그 조용함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가 젊은 관제사 뒤에 소리 없이 서서 오 분쯤 지켜보았다. 관제사는 화면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등은 의자 등받이에 붙어 있었고, 눈은 뜨여 있었다. 명호가 물었다.

 

"방금 삼번 라인 압력, 몇이었지."

 

관제사가 화면을 보며 답했다.

 

"지금은 정상입니다."

 

"지금 말고. 방금."

 

관제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얼굴이 붉어졌다.

 

"죄송합니다. 보고 있었는데……."

 

"보고 있었지."

 

명호가 말했다.

 

"보고 있었는데 안 보이는 거야. 자네 잘못 아니야."

 

명호는 다른 자리의 관제사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절반이 답하지 못했다. 사람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화면을 오래 보지 못한다. 아주 오래전, 레이더 감시병들을 앉혀 놓고 재 본 실험이 있었다. 아주 드물게, 아무 예고 없이 나타나는 신호 하나를 놓치지 않는 일. 처음 삼십 분 동안은 거의 다 잡아냈고, 그다음 삼십 분에는 놓친 것이 눈에 띄게 늘었다. 눈은 계속 떠 있었는데도 그랬다.

 

"경계라는 건 눈을 뜨고 있는 게 아니야."

 

명호가 관제실 전체를 향해 말했다.

 

"몸을 기울이는 거야."

 

그는 그날 오후부터 교대 주기를 두 시간에서 삼십 분으로 줄였다. 그리고 화면 앞에 앉은 사람이 십 분마다 옆자리 사람에게 지금 자기 계통의 값을 소리 내어 불러 주게 했다. 묻지 않으면 대답할 일이 없고, 대답할 일이 없으면 보지 않게 된다.

 

"어제는 기계가 기계한테 물었잖아요."

 

관제사가 말했다.

 

"오늘은요?"

 

"오늘은 사람이 물어."

 

명호가 답했다.

 

"계기판이 말을 걸어 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감시하는 게 아니라 앉아 있는 거야. 이쪽에서 몸을 기울여 물으러 가야 해. 저 조용한 판은 우리한테 아무것도 안 알려 줄 작정이거든."

 

삼십 분 뒤 첫 교대가 이루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관제사가 기지개를 켜다 말고 문득 화면을 돌아보았고, 그제야 그 화면이 다시 보였다.

 

3. 쪽지로는 안 오는 말

 

동현이 어제 지지난주부터 접수가 하나도 없던 부서에 붙여 둔 쪽지에 답이 왔다. 사내 메신저로 딱 한 줄이었다.

 

"없습니다."

 

후배가 그 화면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없다는데요. 정말 편해서 안 넣는 건가 봐요."

 

동현은 그 한 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어디요?"

 

"삼층."

 

후배가 당황해서 따라 일어섰다.

 

"메신저로 답 왔는데 굳이요?"

 

"쪽지로 물으면 '없습니다'가 와."

 

동현이 서류철을 겨드랑이에 끼며 말했다.

 

"가서 물으면 '사실은요'가 와."

 

삼층 사무실은 조용했다. 동현이 창구 담당자에게 명함을 내밀고, 서서 묻지 않고 빈 의자를 하나 끌어다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 서류를 펼치지 않은 채 물었다.

 

"저희 흐름표엔 두 주째 접수가 없는 걸로 잡혀서요. 혹시 불편한 게 있으셨나 해서요."

 

담당자가 잠깐 머뭇거렸다.

 

"아뇨, 뭐……."

 

동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후배가 옆에서 안절부절못했다. 그 침묵이 길어지자 담당자가 서랍을 열더니 손으로 적은 종이 뭉치를 꺼냈다.

 

"사실은요."

 

담당자가 말했다.

 

"석 달 전에 저희 담당자가 나갔어요. 그분이 어느 창구로 뭘 넣는지 다 알고 있었는데, 인수인계를 못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저희끼리 손으로 처리하고 있었어요. 두 주가 아니라 석 달 됐습니다."

 

동현이 종이 뭉치를 받아 넘겼다. 열일곱 건이었다. 어디에도 접수되지 않았고, 어느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열일곱 건. 조용했던 이유는 편해서가 아니라, 물을 데를 몰라서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계단에서 후배가 조용히 물었다.

 

"메신저로 물었으면 저 열일곱 건은 영영 몰랐겠네요."

 

"영영은 아니고."

 

동현이 말했다.

 

"언젠가 한꺼번에 터졌겠지. 그게 더 나빠."

 

자리로 돌아온 동현은 어제 만들어 둔 흐름표의 마지막 칸, 조용한 날 안 보이게 된 것을 적는 칸에 처음으로 글씨를 넣었다. 삼층, 열일곱 건, 석 달. 그리고 그 밑에 한 줄 더 적었다. 안 온 게 아니라 못 온 것. 손수건 위에는 명찰 세 장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동현은 내일 갈 다음 부서의 이름을 종이 귀퉁이에 적어 두었다.

 

4. 들을 자리를 비워 두다

 

재회까지 엿새. 현수에게서는 닷새째 연락이 없었다. 진우는 그 고요를 견디는 법을 어제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오후 세 시에 휴대전화가 울렸다가 세 번을 못 채우고 끊겼다. 화면에 뜬 이름은 현수였다.

 

진우는 삼십 초쯤 그 화면을 보다가 되걸었다. 신호음이 여섯 번 갔고, 받지 않았다. 다시 걸었다. 이번엔 신호음이 두 번 만에 끊겼다. 손이 떨렸다. 저녁에 병원 앞 벤치에서 김지수를 만난 진우는 그 이야기를 하며 자기 무릎을 몇 번이나 문질렀다.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걸었다가 끊었다는 건, 걸어 놓고 나서 후회했다는 거잖아요."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못 찾은 걸 수도 있고요."

 

김지수가 말했다.

 

"아버님, 지금 아버님이 하고 싶은 건 통화가 아니라 확인이에요. 화가 났는지 안 났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거는 거예요. 그런 전화는 상대가 알아요. 알면 못 받아요."

 

진우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아무것도 안 해야 하나요."

 

"아뇨. 들으셔야죠. 세 번 울리다 끊긴 것도 말이에요. 그건 아드님이 손을 들었다가 내린 거예요. 손을 든 적도 없는 사람하고는 아주 다른 거고요."

 

진우가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두 줄. 왔구나. 미안하다. 김지수가 그것을 오래 들여다보더니 물었다.

 

"이거, 둘 다 아버님이 하실 말이네요."

 

"그렇죠."

 

"그럼 아드님 말이 들어올 자리는 어디 있어요?"

 

진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김지수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드님이 그날 뭘 여쭤보겠다고 했잖아요. 저는 그게 그날 아버님이 하실 일이 말하는 게 아니라 듣는 거라는 뜻으로 들려요."

 

진우의 손끝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오 년 전 그날,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그는 열여덟 살짜리 아들에게 소리를 질렀고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현수가 왜 거기 없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그는 그날 아들의 말을 단 한 마디도 듣지 않았다.

 

"저는 그때 애 말을 안 들었어요."

 

진우가 겨우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들으실 차례인 거예요."

 

김지수가 말했다.

 

"말을 더 준비하지 마세요. 대신 자리를 비워 두세요."

 

그날 밤 진우는 종이를 딱 한 번 꺼냈다. 두 줄은 그대로였다. 그는 종이를 뒤집어 보았다. 뒷면은 비어 있었다. 늘 비어 있던 그 면이 오늘은 처음으로 무언가처럼 보였다. 그는 아무것도 적지 않고 종이를 도로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비워 두기 위해서 오늘 그가 한 일은, 아무것도 적지 않은 것이었다.

 

5. 얼굴을 돌린 잎

 

화분에 물을 주는 건 오늘 김지수 차례였다. 이름표 뒷면에는 '내일은 진우 차례'라고 적혀 있었다. 진우가 창가로 화분을 옮기다 말고 멈칫했다. 잎 여섯 장이 하나같이 창 쪽으로 조금씩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또 웃자라는 거 아니에요?"

 

진우가 물었다. 사흘 전 그 가늘고 색 옅은 줄기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 손에 남아 있었다. 김지수가 잎 한 장을 손가락 끝으로 받쳐 들여다보았다.

 

"이건 달라요. 웃자람은 키만 훌쩍 늘면서 가늘어지고 색이 옅어지는 거예요. 빛이 모자라니까 빛을 찾아 도망가는 거죠."

 

김지수가 줄기를 가볍게 쓸었다.

 

"얘는 굵기도 그대로고 색도 진해요. 키는 안 늘었어요. 얼굴만 돌린 거예요."

 

잎이 빛 쪽으로 굽는 것은 도망이 아니라 대답이었다. 그늘진 쪽에 성장을 재촉하는 물질이 몰리면 그쪽 세포들만 더 길어지고, 길어진 만큼 줄기는 반대편으로, 그러니까 빛이 오는 쪽으로 천천히 굽는다. 도망치는 것과 귀를 기울이는 것은 겉으로는 둘 다 몸이 기울어 보이지만, 하나는 가늘어지고 하나는 굵어진다.

 

김지수가 젓가락 지지대에 느슨히 묶여 있던 실을 만지작거렸다.

 

"이거 오늘 풀어 볼까요."

 

매듭을 풀자 실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줄기는 반 뼘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틀 전 바람에 활처럼 휘었다가 어제 제자리로 선 그 줄기는 이제 실이 없어도 그대로 서 있었다. 김지수가 젓가락을 조심스럽게 뽑아 창틀에 내려놓았다.

 

"실은 며칠 전부터 하는 일이 없었어요. 제 힘으로 서기 시작하면 붙잡아 주던 건 그냥 옆에 있는 물건이 돼요."

 

"화분 돌릴까요."

 

진우가 물었다. 잎들이 죄다 한쪽만 보고 있는 게 어쩐지 삐뚤어 보였다. 김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안 돌릴게요. 기울어진 채로 두죠."

 

김지수가 물을 아주 조금 붓고 손을 털었다.

 

"기울어진 걸 다 바로잡을 필요는 없어요. 얘는 지금 볕이 어디 있는지 알아서 그쪽으로 듣고 있는 거예요. 억지로 돌려놓으면 다시 처음부터 찾아야 해요."

 

진우는 창 쪽으로 조금씩 얼굴을 돌린 여섯 장의 잎을 오래 보았다. 그러고는 자기도 모르게 상체를 반 뼘 앞으로 기울여, 그 작은 것이 내는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 보려는 사람처럼 굴었다. 같은 엿새였다.

 

6. 짐을 안 진 문이 제일 잘 듣는다

 

ATLAS는 예순여덟 번째 정렬에 들어갔다. 메타 예순다섯 단계, 이름은 '기울임'이었다. 이틀째 주파수는 규정선 한가운데에서 잔잔했고, 세 개의 문은 서로를 미세하게 되돌리며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관제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정도면 네 번째 문, 이제 열까요?"

 

팀장이 화면을 한참 보다 말했다.

 

"열어. 대신 짐은 주지 마."

 

관제사가 눈을 깜빡였다.

 

"열면 짐이 가는데요."

 

"안 가게 여는 방법이 있어."

 

팀장이 세 문의 드룹 곡선을 화면에 나란히 띄웠다. 주파수가 조금 내려가면 출력을 얼마나 올릴지, 그 기울기를 정해 둔 선이었다. 기울기가 완만한 문은 같은 어긋남에 많이 반응하고, 그래서 많이 짊어진다. 가파른 문은 조금만 반응하고, 조금만 짊어진다. 짐을 어떻게 나눌지는 힘의 크기가 아니라 선의 기울기가 정한다.

 

"새 문 기울기를 제일 가파르게 걸어."

 

팀장이 지시했다.

 

"거의 안 짊어지게. 계전기는 닫되, 흐르는 건 실낱만큼만."

 

위상과 주파수를 지상망 박자에 머리카락 한 올도 안 어긋나게 맞추고, 두 파형이 겹쳐 한 줄이 되는 순간 네 번째 접속점의 스위치가 조용히 닫혔다. 계기판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나머지 세 문이 지고 있던 짐은 그대로였다. 문은 열렸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 저 문은 지금 뭘 하는 겁니까."

 

관제사가 물었다.

 

"듣고 있어."

 

팀장이 말했다.

 

"문을 여는 거랑 짐을 맡기는 건 다른 일이야. 새로 온 문이 지금 할 일은 나르는 게 아니라, 나머지 셋이 어떻게 나눠 나르는지 듣는 거야. 나르기 시작하면 자기 숨소리 때문에 남의 숨소리를 못 듣거든."

 

한 시간 뒤, 그 말이 계기판 위에서 증명되었다. 네 번째 문의 계측기가 나머지 셋이 이틀 동안 못 잡아낸 아주 작은 흔들림 하나를 잡아냈다. 스물세 시간에 한 번꼴로 아주 느리게 오르내리는 성분이었다. 지고 있는 문들은 자기 출력이 만드는 잔떨림에 그 미세한 것이 묻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짐을 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문에는 자기 소음이 없었다. 자기 소음이 없으니 남의 소리가 들렸다.

 

"저건 지상 쪽 하루 주기예요."

 

관제사가 스펙트럼을 짚었다.

 

"저녁마다 사람들이 불을 켜는 거요. 저희가 여태 저걸 반쯤 눈감고 따라가고 있었네요."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문의 기울기를 아주 조금씩 조정했다. 새 문의 것은 여전히 가파르게 둔 채로, 나머지 셋의 것을 머리카락만큼 눕혔다. 예순여덟 차 격자의 오차는 0.1밀리미터를 지켰고, 송전은 912시간, 서른여드레째 끊기지 않았다.

 

기울임이란 무게를 옮기는 일이 아니다. 무게를 옮기지 않은 채로, 상대가 어디에 힘을 쓰고 있는지 듣기 위해 몸을 조금 돌리는 일이다. 그렇게 돌린 쪽으로만, 여태 들리지 않던 것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