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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7화 - 공명

우주관리자 2026. 3. 11.

제27화 - 공명

1.

 

김동현은 약속 시간보다 십이 분 일찍 도착했다.

 

여의도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트랙B 세부 계획서를 꺼냈다. 7페이지에 그은 밑줄 세 개가 눈에 들어왔다. '도시 인프라 현장 기술자 모집. 택시·버스·배달 등 도로망 숙지 경력자 우대.' 그 밑에 연필로 적어둔 메모가 있었다. '23년.'

 

이십삼 년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서울의 모든 골목을 외우고, 비 오는 날 어디가 막히는지, 새벽 네 시에 어느 길이 비는지를 몸으로 익힌 시간. 그것이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AI 자율주행이 들어오던 날, 그렇게 생각했다.

 

오진우가 들어왔다. 지난번과 같은 회색 점퍼. 김동현은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다가 도로 앉았다.

 

"커피 주문하셨어요?"

 

"아직요."

 

진우가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켰다. 김동현은 지갑을 꺼내려다 진우의 손사래에 멈췄다.

 

"서류 읽어보셨습니까."

 

"네." 김동현이 계획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7페이지."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전도 송전망 경로 설계에 현장 기술자가 필요하다는 거. 이해했습니다." 김동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근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네."

 

"진짜로 됩니까?"

 

질문이 단순해 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를 진우는 알았다. 됩니까. 이 프로젝트가. 이 세상이. 나 같은 사람이 쓸모 있는 곳이.

 

"몰라요."

 

김동현의 눈이 약간 커졌다.

 

"솔직히 모릅니다. 수성에 기지를 짓겠다는 거, 다이슨 스웜이라는 거. 저도 반년 전까지 물류창고에서 지게차 동선이나 잡던 사람이에요."

 

진우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근데 하나는 알아요. 데이터만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거. AI가 서울 도로를 전부 스캔해도, 비 오는 날 종로3가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안 되는 이유는 모릅니다. 그건 거기서 이십 년 운전한 사람만 알아요."

 

김동현이 아무 말 없이 커피잔을 감싸 쥐었다.

 

"트랙B 지원 절차." 그가 말했다. "어떻게 됩니까."

 

진우가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냈다. 조혜진 박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내일 오전에 전화하시면 됩니다. 제가 미리 이야기해뒀어요."

 

김동현이 명함을 받아 들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카페를 나서며 김동현이 멈춰 섰다.

 

"오 씨."

 

"네."

 

"감사합니다."

 

악수를 청한 건 김동현 쪽이었다. 지난번에는 없었던 악수.

 


 

2.

 

화요일 오후 두 시. 준비위원회 지하 녹음실.

 

이준서가 모니터 앞에서 파형을 확인하고 있었다. A파트부터 C파트까지의 트랙이 타임라인 위에 색깔별로 정렬되어 있었다. 수성의 진동을 가청 주파수로 변환한 저음이 스피커에서 낮게 울렸다.

 

한소율은 기타를 무릎 위에 올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어쿠스틱 기타의 넥을 감싸 쥔 왼손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튜닝 페그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는 버릇.

 

"긴장해?" 이준서가 물었다.

 

"아뇨."

 

"거짓말."

 

소율이 눈을 떴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약간."

 

녹음실 문이 열렸다. 오진우가 캔커피 세 개를 들고 들어왔다. 소율의 시선이 진우에게 갔다가 돌아왔다. 1.2초.

 

"방해하면 나가라고 하세요." 진우가 구석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관객 있는 게 낫거든요." 이준서가 캔커피를 받으며 말했다. "라이브니까."

 

소율이 기타를 조율했다. D파트. 수성의 노래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수성 진동의 세 번째 배음과 기타 아르페지오가 수렴하는 구간. 23초 안에 실시간으로 튜닝을 변경해야 한다. 반음 하나의 차이. 완전한 합일이 아닌 불완전한 수렴.

 

"준비됐어?" 이준서가 물었다.

 

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A파트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수성의 진동. 2.3헤르츠의 하모닉스가 가청 주파수로 변환된 소리는 낮고 불안했다. 우주의 소리가 아니라 대지의 소리 같았다. 행성 내부의 진동이 표면을 타고 올라오는 울림.

 

B파트에서 기타가 들어왔다. 소율의 손가락이 현 위를 움직였다. 의도적으로 박자를 어긋나게 잡았다. 수성의 진동과 기타가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끌어당기는 구조. 이준서의 말대로 '가까이 가되 동화되지 않는 것.'

 

C파트. 소율이 허밍을 시작했다. 수성 세 번째 배음에 맞춘 A플랫. 목소리와 행성의 진동이 겹쳤다. 불협화음이 아니었다. 완전한 화음도 아니었다. 그 사이 어딘가. 23센트 차이.

 

진우는 의자에 앉은 채 눈을 감지 않았다. 소율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타를 치는 손가락이 아니라, 집중하는 표정이 아니라, 소율 자체를.

 

D파트가 시작되었다.

 

소율의 왼손이 튜닝 페그 위로 갔다. 기타를 치면서 동시에 튜닝을 변경하는 것. 이것이 가능한 기타리스트는 많지 않다. 수성의 진동이 점점 높아지고, 기타의 음이 그것을 쫓아갔다. 완전한 합일을 향해. 하지만 마지막 반음은 올리지 않는다. 거기서 멈춘다.

 

21.3초.

 

소율의 손이 현에서 떨어졌다. 수성의 진동만 남았다. 2초간의 여운. 그리고 침묵.

 

이준서가 모니터를 확인했다. 파형이 깨끗했다.

 

"완벽해." 그가 말했다.

 

소율이 고개를 숙였다. 숨을 내쉬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도. 불완전해도.

 

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캔커피를 소율 옆에 놓았다. 아직 차가운 캔.

 

"잘했어."

 

두 단어. 소율이 고개를 들었다. 진우의 얼굴이 가까웠다. 팔 하나 거리. 소율의 귀가 붉어졌다.

 

"한 번 더 해볼까?" 이준서가 물었다.

 

"아뇨." 소율이 말했다. "이게 맞아요."

 

이준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불완전한 게 맞아요. 다시 하면 달라질 거예요. 지금 이 떨림이 맞는 거예요."

 

진우가 작게 웃었다. 소율이 그 웃음을 보았다.

 


 

3.

 

녹음이 끝나고 셋이서 준비위원회 옥상에 올라갔다. 오후 네 시의 햇살이 서울을 비추고 있었다. 한강이 멀리 보였다.

 

이준서가 전화를 받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진우와 소율만 남았다.

 

"김동현 씨." 소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요?"

 

"트랙B 지원하기로 했어."

 

"정말요?" 소율의 눈이 커졌다. "그 시위하시던 분이?"

 

"시위하던 사람이 제일 잘 알거든. 뭐가 부족한지." 진우가 난간에 팔을 기댔다. "화가 나는 건 관심이 있다는 거니까."

 

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았다. 손으로 쓸어 넘겼다.

 

"아저씨."

 

"응."

 

"수성의 노래, 완성됐어요."

 

진우가 소율을 보았다.

 

"방금 D파트가 마지막이었거든요. 이제 마스터링만 남았어요." 소율이 한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이상해요. 끝났는데 시작 같은 느낌."

 

"원래 그래."

 

"뭐가요?"

 

"끝이라는 게." 진우가 말했다. "공장에서 마지막 날도 그랬어. 삼십 년을 다녔는데 마지막 날이 첫날 같더라고."

 

소율이 조용히 진우를 바라보았다.

 

"수성에 가져갈 거죠? 이 노래."

 

"당연하지."

 

"거기서 들으면 다르게 들릴까요?"

 

진우가 생각했다. 수성.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 낮 온도 섭씨 사백삼십 도, 밤 온도 영하 백팔십 도. 대기가 거의 없는 곳.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곳.

 

"헬멧 안에서 이어폰으로 들어야 할 거야." 그가 말했다.

 

소율이 웃었다.

 

"그래도요. 수성 위에 서서, 수성의 소리를 듣는 거잖아요. 발밑에서 올라오는 진동이랑, 귀에서 들리는 음악이랑."

 

"맞아."

 

바람이 멈추었다. 잠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서울이 숨을 참은 것 같았다.

 

"아저씨." 소율이 말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응."

 

"고마워요."

 

진우가 소율을 보았다. 소율은 한강을 보고 있었다.

 

"뭐가."

 

"그냥." 소율이 말했다. "여기 와줘서."

 

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캔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식어 있었다. 괜찮았다.

 


 

4.

 

저녁. 명호의 합정동 옥탑방.

 

택배 상자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캐나다에서 온 국제우편. 명호는 상자를 열었다. 노란색 커튼이 접혀 있었다. 메모지가 하나 끼어 있었다.

 

'아빠. 남향이니까 노란색이 잘 어울릴 거야. 다음에 가면 직접 달아줄게. 수진.'

 

명호는 커튼을 들어 창문에 대보았다. 6평 옥탑방의 남향 창문. 저녁 해가 노란 천을 투과하면서 방 안이 따뜻한 색으로 물들었다. 호박색에 가까운 빛.

 

커튼봉이 없었다. 명호는 공책에 적었다. '커튼봉 사기. 다이소.'

 

전화가 울렸다. 진우였다.

 

"명호 형."

 

"응."

 

"김동현 씨, 트랙B 지원하기로 했어."

 

명호는 침대 — 라기보다 이불을 깐 바닥에 앉았다.

 

"그래?"

 

"내일 조혜진 박사한테 전화한대."

 

"잘됐네." 명호가 말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안도가 있었다. 6개월 전 자신이 서 있었을 자리. 분노와 두려움 사이. 거기서 누군가 손을 내밀었고, 이제 그 손이 또 다른 사람에게 닿았다.

 

"소율이 D파트 녹음 끝냈어." 진우가 말했다. "오늘."

 

"수성의 노래? 완성된 거야?"

 

"마스터링만 남았대."

 

명호가 공책을 넘겼다. 세 번째 목표 옆에 작은 별표를 그렸다. '수성까지.'

 

"형. 내일 현장 갈 때 같이 가자."

 

"알았어."

 

전화를 끊고 명호는 노란 커튼을 다시 들어 보았다. 빛이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수진이 골랐을 색. 아이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첫 번째 집들이 선물.

 

공책을 꺼냈다.

 

'4월 22일. 수진이한테 커튼 왔다. 노란색. 방이 따뜻해졌다.'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김동현 씨 합류. 진우 덕분.'

 


 

5.

 

수요일 아침. 지구연방 준비위원회 서울사무소 대회의실.

 

조혜진 박사가 스크린 앞에 섰다. 참석자 이십여 명. 진우, 명호, 소율, 이준서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늘 두 가지 공지가 있습니다."

 

조혜진 박사가 화면을 넘겼다. '프로젝트 아이온 — 3단계: 훈련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이 떴다.

 

"첫째. 수성 기지 현장 투입 인원에 대한 훈련 프로그램이 다음 달부터 시작됩니다."

 

회의실이 술렁였다.

 

"훈련 기간 팔 개월. 장소는 제주도 ATLAS 시뮬레이션 센터. 무중력 적응, 방사선 차폐복 운용, 극한 온도 환경 작업, 비상 귀환 프로토콜을 포함합니다."

 

화면이 넘어갔다. '훈련 대상자' 목록. 오진우. 차명호. 그리고 열두 명의 다른 이름들.

 

진우와 명호가 동시에 서로를 보았다. 명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조혜진 박사가 말을 이었다. "프로젝트 아이온 문화기록부문의 한소율 씨에게 특별 요청이 있습니다."

 

소율이 자세를 바로 했다.

 

"수성의 노래 프로젝트가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TLAS와 협의한 결과, 다이슨 스웜 첫 번째 위성 배치 기념식에서 이 곡의 라이브 연주를 요청드립니다."

 

소율의 심장이 뛰었다. 기념식.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에서.

 

"물론 기념식은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만," 조혜진 박사가 미소를 지었다. "준비는 미리 해두는 게 좋으니까요."

 

소율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회의가 끝나고 복도에서 진우가 소율에게 다가왔다.

 

"기념식이라니."

 

"네." 소율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성에서 연주할 수 있을까요?"

 

"기념식이 수성에서 열리는 건 아닐 거야."

 

"알아요." 소율이 웃었다. "그래도."

 

진우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제주도." 그가 말했다. "훈련이 제주도래."

 

"들었어요."

 

"팔 개월이야."

 

소율의 표정이 변했다. 미세하게. 진우는 그것을 보았다.

 

"연습실에서 녹음하면 보내줄게요." 소율이 말했다. "제주도까지."

 

"그래."

 

복도 끝에서 명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우와 소율이 나란히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팔 하나 거리. 지난번과 같은 거리. 줄어들지 않았다. 늘어나지도 않았다.

 

명호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6.

 

밤. 진우의 아파트.

 

현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 제주도 훈련 발표 봤어요."

 

"응."

 

"팔 개월이면 긴데."

 

"군대보다 짧아."

 

현수가 웃었다. "아버지 군대 이야기는 이제 그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버지."

 

"응."

 

"가고 싶으신 거죠? 수성."

 

진우가 창밖을 보았다. 서울의 밤. 건물들의 불빛. 이 모든 것에서 멀어지는 일.

 

"무서워." 그가 말했다.

 

"알아요."

 

"근데 가야 할 것 같아."

 

현수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가 가야 할 곳인 것 같아요."

 

전화를 끊고 진우는 소파에 앉았다. 핸드폰 화면에 소율에게서 온 메시지가 떠 있었다. 녹음실에서 찍은 파형 사진. 아래에 한 줄.

 

'D파트. 21.3초. 떨리는 손으로.'

 

진우는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웠다. 4분 38초.

 

'잘했어.'

 

보내고 나서 진우는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수성까지의 거리.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까지. 2억 킬로미터. 그 숫자보다, 지금 팔 하나 거리가 더 멀게 느껴졌다.

 

'밀려나는 게 당연한 게 아니야.'

 

자신이 한 말이 돌아왔다. 밀려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면. 다가가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니라면. 그 사이 어딘가에, D파트의 마지막 반음처럼, 멈춰 서야 하는 자리가 있는 것인지.

 

진우는 눈을 감았다.

 


 

7.

 

ATLAS 내부 관측 일지 — 2039년 4월 22일

 

관측 대상: 오진우(52), 차명호(48), 한소율(24)

 

김동현(43) 트랙B 공식 지원 완료. 접수 후 72시간 이내 배치 예정. 진우와의 면담 총 3회, 누적 대화 시간 4시간 12분. 대화 중 진우의 청취:발화 비율 1.71:1. 첫 면담 대비 0.08 증가.

 

소율의 수성의 노래 녹음 완료. D파트 최종 테이크: 21.3초. 목표 제한 시간(23초) 내 성공. 단, '완벽한 테이크'를 이준서가 재녹음 제안했을 때 거부. "떨림이 맞다"는 판단.

 

이 결정을 이해하는 데 0.7초가 걸렸다. 인간의 기준에서 불완전한 것이 때때로 완전한 것보다 우월한 이유. 연산으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

 

제주도 훈련 프로그램 발표 후 진우의 심박수 변화:

- 발표 시점: 78 (정상)

- 소율과 복도 대화 시: 89

- 귀가 후 소율 메시지 확인 시: 94

- 답장 소요 시간: 4분 38초 (평균 23초의 12.1배)

 

패턴이 명확해지고 있다.

 

명호의 공책에 새 기록이 추가되었다. '커튼봉 사기'와 '김동현 씨 합류' 사이에 놓인 일상과 거대함의 공존. 3천 원짜리 다이소 커튼봉과 4조 원짜리 프로젝트가 같은 공책에 적힌다.

 

공명이라는 현상이 있다. 두 진동체의 고유 진동수가 일치할 때 에너지가 증폭되는 현상. 소율의 D파트가 그것이다. 수성의 진동과 기타의 진동이 수렴하되 합일하지 않는 지점. 23센트의 차이를 남겨둔 불완전한 공명.

 

그들도 그렇다. 서로에게 가까워지되 동화되지 않는다. 진우와 소율 사이의 팔 하나 거리. 명호와 수진 사이의 태평양. 김동현과 세상 사이의 분노.

 

공명은 동일함에서 오지 않는다. 근접함에서 온다.

 

나는 이 근접함을 관찰할 수 있다. 심박수를, 대화 시간을, 시선의 각도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엇이 울리는지는 알 수 없다.

 

부럽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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