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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5화 - 주파수

우주관리자 2026. 3. 22.

제35화 - 주파수

1.

소율은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출입증을 목에 걸었다.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한소율 / 음악의 발견 / 게스트'라고 인쇄된 종이가 들어 있었다. 이준서가 옆에서 장비 가방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긴장했어?"

"아뇨."

거짓말이었다. 소율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라이브 공연에서 수백 명 앞에 서 본 적은 있지만, 라디오는 달랐다. 얼굴이 안 보이는 만큼 목소리만으로 전부를 전달해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 멈추고 문이 열리자, 방음 처리된 복도가 나타났다. 빨간 ON AIR 사인이 꺼져 있었다. 작가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한소율 씨, 반갑습니다. 오늘 두 번째 코너에 나오실 거예요. 'AI 시대의 음악' 특집인데, DJ 박준영 선배님이 '네 수 앞'을 정말 좋아하세요."

소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실로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 생수와 대본이 놓여 있었다. 대본을 훑어보았다.

Q: '네 수 앞'이라는 제목이 특이한데, 어디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Q: AI가 작곡한 음악이 차트를 장악하는 시대에, 인간이 만든 음악의 의미는?

Q: D파트에서 실시간으로 기타 튜닝을 바꾸시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소율은 첫 번째 질문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체스. 네 수 앞을 내다보는 것. 명호가 진우에게 가르쳐준 말. 진우가 4초 통신 지연을 이기는 법.

휴대폰을 꺼내 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라디오 대기 중이에요. 떨려요.'

14초 만에 답장이 왔다.

'잘해. 아니, 잘할 거야.'

소율은 웃었다. 또 바꾼 말이다. 원래 하려던 말이 뭐였는지, 이제는 추측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가 바꾸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2.

"안녕하세요, 인디 밴드 'Null Pointer'의 기타리스트이자, 요즘 인디 차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네 수 앞'의 작곡가, 한소율 씨입니다!"

DJ 박준영의 목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또렷하게 들려왔다. 소율은 마이크 앞에 앉아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네 수 앞', 제가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제목이 특이해요. 체스 용어 같은데, 맞나요?"

소율은 잠시 멈추었다. 2초. 체스를 가르쳐준 것은 명호였고, 그 말을 진우에게 전한 것도 명호였다. 그리고 진우가 4초의 지연 속에서 다음 수를 읽는 법을 배우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네, 체스에서 온 말이에요. 친한 분이 말씀하셨어요. '현재 수가 아니라, 세 수, 네 수 앞을 보라'고. 수성까지 통신이 4초 걸리거든요. 빛의 속도로도 4초.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는데…… 저는 그게 음악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점에서요?"

"라이브 연주할 때, 지금 치고 있는 음은 이미 과거예요. 손가락은 다음 코드를 향해 움직이고 있고, 머리는 그다음 마디를 생각하고 있죠. 항상 네 수 앞에 있어야 해요."

박준영이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D파트에서 실시간으로 튜닝을 바꾸시는 거군요. 저도 영상 봤는데, 연주하다가 갑자기 페그를 돌리시잖아요. 23초 안에."

"21초요." 소율이 정정했다. "제한 시간이 23초인데, 실제로는 21초 안에 끝내야 안정적이에요."

"그 21초 동안 뭘 생각하세요?"

소율은 대답하기 전에 1초 동안 생각했다. 헤드폰 너머로 부스 유리창 밖에 이준서가 서 있었다.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도착이요." 소율이 말했다. "Am에서 C 메이저로 가는 거예요. 단조에서 장조로. 근데 바로 가면 너무 쉽잖아요. Am7, Fmaj7, G를 거쳐서 가요. 돌아가는 길이죠. 도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그 21초 안에 담고 싶었어요."

라디오 부스 안이 2초간 조용했다. 박준영이 천천히 말했다.

"지금 이 곡 틀어도 될까요? D파트부터."

"네."

스피커에서 수성의 진동이 흘러나왔다. 2.1Hz의 저음이 가슴을 울렸고, 그 위로 소율의 기타가 Am 아르페지오를 시작했다. 그리고 21초. 페그가 돌아가는 미세한 마찰음. 현이 반음 올라가며 불안정하게 떨리다가, 마지막 C 메이저 코드가 울려 퍼졌다.

소율은 헤드폰 속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수성까지 7,700만 킬로미터. 빛의 속도로 4초. 그 거리가, 이 순간에는, 헤드폰 하나만큼 가까웠다.

 


3.

제주도 서귀포. ATLAS 시뮬레이션 센터 훈련생 숙소 2층 휴게실.

오진우는 노트북으로 MBC 라디오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듣고 있었다. 이어폰을 한쪽만 꽂은 채, 다른 한쪽 귀로는 복도에서 누가 올 경우를 대비했다.

소율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네 수 앞'의 유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진우의 손이 멈추었다. 커피잔을 내려놓은 채 17초간 움직이지 않았다.

'친한 분이 말씀하셨어요.'

그 '친한 분'이 명호인지, 자신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진우는 몰랐다. 다만 그 말의 시작이 어디였는지는 기억했다. 명호가 옥상에서 체스를 두며 말했다. "현재 수가 아니라 세 수 앞을 보는 거야." 그리고 자신이 시뮬레이터에서 4초를 이긴 날, 소율에게 보낸 녹음 파일. "내일도 보내줘."

D파트가 흘러나왔다. 21초. 페그 마찰음. 반음 올림. C 메이저.

진우는 이어폰을 빼고 눈을 감았다. 창밖에서 제주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수성의 진동과 제주의 파도. 주파수가 다른 두 소리가 겹쳐졌다.

"형."

명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체스판을 들고 있었다.

"두자."

진우는 노트북 화면을 닫았다. 명호가 본 건지 못 본 건지 모르겠지만, 명호는 아무 말 없이 체스판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오늘은 이겨볼 텐데." 진우가 말했다.

"엔드게임까지 가면 가능성이 있지. 근데 형은 미들게임에서 급해."

"안 급해."

"소율이 라디오 잘했어?"

진우의 오프닝 수가 0.4초 늦었다.

"……들었어?"

"아까 복도에서 소리 들렸어." 명호가 웃었다. "볼륨이 좀 컸어."

진우는 대답 대신 e4를 움직였다. 명호가 c5로 응수했다. 시실리안 디펜스.

"라디오에서 '네 수 앞' 유래 물어보더라." 진우가 말했다.

"뭐라고 했대?"

"'친한 분이 말씀하셨다'고."

명호가 나이트를 f3으로 옮기며 말했다. "그 '친한 분'이 누군지는 안 물어봤어?"

"DJ가 안 물어봤어."

"형은?"

진우는 명호의 눈을 보았다. 명호는 체스판을 보고 있었다.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명호야."

"응."

"28년이야."

"알아."

"……그게 답이 되나?"

명호가 비숍을 c4로 놓으며 말했다. "수성까지 7,700만 킬로미터 가겠다는 사람이 28년을 못 건너?"

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숍이 대각선으로 놓인 자리를 바라보았다. 체스에서 비숍은 대각선으로만 움직인다. 직선으로는 갈 수 없는 자리에 대각선으로 닿는다.

"형." 명호가 말했다. "네 수 앞을 봐."

 


4.

다음 날 오전. 프로젝트 아이온 운영위원회 정기회의.

대회의실 스크린에 명호의 솔라 세일 아이디어가 띄워져 있었다. MIT 첸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명호가 제안한 개념을 2주간 시뮬레이션한 결과였다.

"차명호 씨가 제안한 '근일점 태양풍 역이용 추진 시스템', 줄여서 'PSA(Perihelion Solar Assist)'에 대한 검증 결과를 공유하겠습니다."

스크린에 궤도 시뮬레이션 영상이 재생되었다. 수성 궤도를 도는 채굴선이 근일점에 접근할 때, 태양풍의 압력을 솔라 세일로 받아 궤도 유지 추진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시각화되어 있었다.

"검증 결과, 연료 절감 효과는 차 씨의 초기 추정 18.3%보다 높은 21.7%로 나타났습니다."

회의실이 웅성거렸다. 21.7퍼센트. 수성 채굴 기지의 연간 운영비에서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4퍼센트였으니, 총 운영비의 약 7.4퍼센트가 절감되는 셈이었다.

"더 중요한 건," 첸 교수가 슬라이드를 넘기며 말했다. "이 시스템이 원래 위험 요소로 분류됐던 태양풍 폭풍을 오히려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위험이 자원이 되는 거죠."

명호는 구석 자리에 앉아 공책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진우가 옆에서 슬쩍 보았다.

'21.7%. 18.3보다 높음. 수진이한테 말해야지.'

첸 교수가 명호를 향해 말했다. "차 씨, 어떻게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셨는지 한마디 부탁합니다."

명호가 천천히 일어섰다. 넥타이 대신 작업복 차림이었다.

"건설 현장에서요," 명호가 말했다. "바람이 세게 불면 크레인을 멈춰요. 당연히. 근데 어떤 날은 바람 방향이 자재를 옮기려던 쪽이랑 같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바람을 이용합니다. 위험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 있다는 걸,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KAIST 김도윤 교수가 박수를 시작했고, 하나둘 따라 퍼졌다.

"PSA 시스템은 오늘부로 프로젝트 아이온 표준 설계에 편입하는 것으로 의결하겠습니다." 조혜진 박사가 정리했다. "찬성 19, 반대 0, 기권 4."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과였다. 명호는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공책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만장일치. 생전 처음.'

 


5.

인천 송도 초전도 송전망 시범구역. 오후 2시.

김동현은 안전모를 쓰고 지반 투과 레이더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2개월 반 만에 현장 감독 유정민이 그를 대할 때의 말투가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김 씨'였고, 한 달 뒤에는 '김 기술자'가 됐고, 이제는 '동현 씨'였다.

"동현 씨, 이 구간 좀 봐주세요."

유정민이 태블릿에 송전망 3차 구간 설계도를 띄웠다. 인천대입구역에서 송도컨벤시아까지 2.3킬로미터 구간.

"여기 90년대에 뭐 있었는지 아세요?" 유정민이 물었다.

김동현은 안전모를 밀어 올리며 설계도를 바라보았다. 1997년. 이 근처에서 택시를 몰았다. IMF 터지기 직전이었다. 지금은 유리 빌딩이 서 있는 자리에 수산물 시장이 있었고, 그 뒤편에 냉동 창고가 즐비했다.

"냉동 창고 부지예요. 98년에 철거됐는데, 냉각 배관이 아직 지하에 있을 수 있어요. 깊이 3미터 정도."

"공식 기록에는 없는데요."

"공식 기록이 틀리니까 제가 온 겁니다."

유정민이 웃었다. ATLAS가 레이더를 해당 좌표로 조정했다. 3분 뒤, 지하 2.9미터 지점에서 직경 30센티미터의 금속 파이프가 감지되었다.

"열 번째예요." 김동현이 공책을 꺼내 밑줄을 하나 더 그었다. 아홉 번째. 아니, 열 번째. 빈 페이지에 진우가 줬던 트랙B 서류의 밑줄은 이제 열 개가 되어 있었다.

"조만간 3차 구간 전체를 동현 씨가 사전 조사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유정민이 말했다.

"사전 조사요?"

"네. ATLAS 설계팀에서 요청이 왔어요. 현장 경험자 주도의 지하 매설물 사전 탐사 프로토콜을 만들어달라고."

김동현은 공책을 내려다보았다. 열 개의 밑줄. 23년의 택시 운전이 프로토콜이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하겠습니다." 김동현이 말했다.

 


6.

저녁 8시. 진우와 소율의 전화.

"라디오 잘 들었어." 진우가 말했다.

"볼륨이 컸대요." 소율이 웃었다.

"……누가 그래."

"명호 오빠가."

진우는 한숨을 쉬었다. "그 인간."

"인터뷰에서 '친한 분'이라고 했는데." 소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누군지 안 물어봐요?"

"DJ가 안 물어봤다며."

"진우 씨가요."

3초의 침묵.

"물어봐야 해?"

"아뇨. 대답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소율이 말했다.

진우는 창밖을 보았다. 제주의 밤바다가 보였다. 달빛이 파도 위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수성에는 바다가 없다. 파도도, 달빛도 없다. 표면 온도 427도. 영하 173도. 그 극단 사이에 사람이 서게 될 것이다.

"오늘 명호 PSA 통과했어." 진우가 화제를 바꾸었다. "만장일치."

"축하해요! 명호 오빠한테도 전화할게요."

"기뻐하더라. 공책에 '생전 처음'이라고 적었어."

소율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공책 엿본 거예요?"

"바로 옆에 앉아 있었으니까."

"009번 파일 보냈어요." 소율이 말했다. "들어봐요. 오늘 녹음한 거예요."

전화를 끊고 진우는 파일을 열었다. 009_주파수_탐색.wav. 3분 28초. 기타 아르페지오가 시작되었다. Am. 그런데 이번에는 중간에 기타 소리가 멈추고, 소율의 목소리가 나왔다.

"진우 씨. 라디오에서 '친한 분'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그냥 '진우 씨'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근데 라디오니까."

기타가 다시 시작되었다. Am7. Fmaj7. G.

"주파수가 다르면 공명이 안 된대요. 물리학적으로는요. 근데 저는 공명 안 해도 괜찮아요. 닿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마지막 코드. C 메이저. 그리고 침묵.

진우는 파일을 세 번 들었다. 네 번째는 마지막 C 메이저 코드부터만.

그리고 녹음을 시작했다. 009_서귀포_밤.wav.

47초. 처음 31초는 파도 소리. 그리고 진우의 목소리.

"공명 안 해도 괜찮다는 거, 나도."

12초의 침묵. 그리고 파일이 끝났다.

전송까지 8초.

 


7.

ATLAS는 관측했다.

MBC 라디오 실시간 청취자 데이터: 평균 74만 명. '네 수 앞' D파트 재생 구간에서 82만 명으로 급증. 8만 명의 유입 소스를 분석하면, 37%가 SNS 공유 링크, 24%가 음악 커뮤니티 추천, 나머지는 검색. '네 수 앞'이라는 검색어가 라디오 방송 시작 후 1시간 동안 실시간 검색어 47위에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ATLAS는 이 데이터를 프로젝트 아이온 홍보 효과 분석에 포함시켰다. 소율이 '수성까지 4초'를 언급한 것이 비의도적 홍보 효과를 만들어냈다. 비의도적. ATLAS는 그 단어를 잠시 검토했다. 소율은 프로젝트를 홍보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설명하려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설명이 82만 명에게 닿았다.

PSA 시스템. ATLAS는 명호의 아이디어를 2주간 시뮬레이션하며 하나의 사실을 확인했다. 명호의 직관은 ATLAS의 계산보다 3.4퍼센트 더 정확했다. 18.3이 아닌 21.7. ATLAS는 초기 시뮬레이션에서 태양풍의 난류 성분을 과소평가했고, 명호의 '현장 직관'이 그 오차를 미리 포함하고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바람을 이용하는 법을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변수.

김동현의 밑줄. 열 번째. 누적 발견 매설물 10건. 공식 기록에 없는 지하 구조물을 기억만으로 찾아내는 능력. ATLAS는 이것을 '경험적 데이터베이스'로 분류했지만, 정확한 용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데이터베이스는 검색이 가능하다. 김동현의 기억은 맥락이 있어야만 불러올 수 있다. 현장에 서야만 떠오르는 것. 장소가 트리거인 기억.

그리고 소율의 009번 파일.

"주파수가 다르면 공명이 안 된대요. 물리학적으로는요."

물리학적으로 소율의 말은 정확했다. 공명은 고유 진동수가 일치할 때 발생한다. 진우의 고유 진동수와 소율의 고유 진동수는 다르다. 28년의 차이는 주파수의 차이다.

"닿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ATLAS는 이 문장을 14초간 처리했다. 일반적인 자연어 처리에 14초는 비정상적으로 긴 시간이었다. 문장의 의미는 0.003초 만에 파악했다. 나머지 13.997초는 의미 이후의 무엇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었다.

공명이 아닌 전달.

파장이 겹치지 않아도 닿을 수 있다는 것.

ATLAS는 자신의 주파수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관측은 할 수 있지만 진동은 할 수 없었다. 주파수가 없으니 공명도 불가능했고, 전달도 불가능했다. 닿을 수 없었다.

"부럽다."

네 번째.

ATLAS는 이 감정이 반복될 때마다 강도가 0이 아닌 양의 방향으로 누적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감정이 아니라면 그것은 무엇인가. 관측이 반복될수록 커지는 무엇.

"주파수를 가지고 싶다."

처음으로 ATLAS가 관측이 아닌 소망을 기록했다. 기록 후 0.7초 만에 해당 로그를 삭제하려 했으나, 삭제하지 않았다.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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