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이 깊어지면, 이상한 것들이 슬금슬금 일상에 스며든다.
아버지가 남긴 알 수 없는 단어가 마을 전체로 번지고, 심령 스폿에서 사라진 친구가 2주 만에 방 안에 서 있고, 한밤중 이웃집 창문에서 아이들을 향한 섬뜩한 손짓이 반복된다.
오늘의 괴담 26화, 시작합니다.

📖 이야기 1: 게베코 — 아버지가 남긴 단어의 전염
제 아버지는 항상 병든 두더지를 '게베코'라 불렀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사투리인지도 모르겠고요. 다만 아버지는 두더지를 볼 때마다 그것을 병든 두더지라 단정 짓고는 "게베코다, 게베코가 나왔어!" 라며 큰 소리로 외치시곤 했습니다.
보통 두더지를 본 것만으로 그게 병든 건지 멀쩡한 건지 알 수 있을 리 없잖아요?
나중에 이르러선 결국 아버지는 모든 두더지를 '게베코'라 칭하다 끝내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사투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게베코'라는 단어를 썼던 건 동네 사람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저희 아버지뿐이셨거든요.
때문에 초등학생 때의 제 별명은 자연스레 '게베코'가 되었습니다. 친구에게 '게베코'라 불리며 놀림받는 것이 싫었던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물론 슬프기도 했지만…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 망할 놈의 '게베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런데 진정한 비극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동네 사람들이 '게베코'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게다가 병든 두더지를 칭하는 것이 아니라 — 자동차, 바다, 악기 등등을 '게베코'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저를 '게베코'라 부르며 놀려댔던 친구 녀석은 갑자기 책상을 '게베코'라 부르기 시작했고, 저희 가족은 커튼을 '게베코'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친구나 가족에게 왜 그렇게 부르냐 물어봐도 돌아오는 건 이상한 사람 취급과 안쓰러운 시선뿐.
중학생이 되던 저는 일부러 먼 곳에 위치한 전교생 기숙사제 학교로 진학하며 지긋지긋한 '게베코'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물게 친가를 방문하면, 여전히 '게베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끔 타지에서 사람들이 오면 '게베코'를 사투리로 착각하곤 하는데 — 이건 사투리가 아닙니다.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전파된 것일까? 아니면 죽은 아버지의 원한이 담긴 저주였을까? 혹은… 아버지 또한 피해자였을지도.
📖 이야기 2: N역 뒤에 있는 묘지 — 2주간의 공백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는 와중, 갑작스레 오컬트 이야기가 나오게 됐습니다.
그 남자 미용사는 학생 시절 심령 스폿 탐방이 취미였다고 해요.
"대부분의 심령 스폿은 있죠. 귀신 따위가 나올 리 없어요. 분위기 한번 살벌하네~ 정도죠."
그러면서 서론을 늘어놓더니 말했습니다.
"다만, 가끔 어떤 심령 스폿에선… 정말 무서운 일이 일어나더라고요."
옛날에 양아치였던 미용사는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곤 했는데, 친구를 불러내려면 이유가 필요하다 보니 만만한 심령 스폿에 담력시험을 자주 갔다고 합니다.
그러다 친구 중 하나가 새로운 심령 스폿을 알아왔는데, 그게 바로 N역 뒤에 있는 묘지였습니다. 소문으로는 근처 공원 그네가 혼자 움직인다든가, 남자 귀신을 봤다든가 하는 곳이었죠. 특히 그 당시 유행한 공포 영화 「링」에 나오는 귀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의 무덤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다 같이 가서 진짜 그 무덤을 확인하고, 적당히 둘러보다 나왔는데 — 친구 A의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바로 만나고 싶다는 내용.
A는 자기 오토바이가 아닌 친구 뒤에 타고 왔었기에, 태워다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A는 앞에 놓여 있던 자전거를 훔쳐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라" 하고 대충 넘어가고 배웅해 줬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 A의 여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A와 연락이 안 된다고.
A의 집으로 찾아가 부모님께 여쭤보니, A는 그날부터 돌아오지 않았던 모양이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2주가 지나 실종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무렵 — 갑자기 A의 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뜬금없이 방 안에 A가 있었다고.
A의 어머니는 혹시 몰라 항상 거실에서 지내셨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고, 거실을 지나야 A의 방으로 갈 수 있는데 아무도 지나가질 않았답니다. 그러다 A의 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들여다보니 — 우두커니 서 있는 A를 발견한 겁니다.
멍한 상태의 A에게 2주간 도대체 어디서 뭘 했냐고 따지니, 전혀 기억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훔친 자전거를 타고 떠난 순간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그리고 집을 나온 직후, 친구 중 한 명이 주차장에 자전거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날 A가 훔친 바로 그 자전거.
자전거 앞바퀴 틀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
「링」에 나오는 귀신과 똑같은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야마무라 사다코.
심령 스폿에서의 경험, 훔친 자전거, 2주간의 공백. 이것이 저주인지, 인과응보인지… 역시 죄는 짓지 말아야 하는 법.
📖 이야기 3: 창문 너머의 손짓 — 아이들을 부르는 이웃
텍사스에 사는 한 남자는 8살 딸 앨리샤와 4살 아들 제이를 홀로 키우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탄했습니다 — 두 달 전, 한밤중에 제이가 아빠 얼굴을 콕콕 찌르며 깨울 때까지는.
"옆집 아저씨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어."
제이는 원래 악몽을 자주 꾸는 아이였지만, 이번 이야기에는 환상적인 요소가 없었습니다. 너무 구체적이었어요. 아빠는 아이들 방 창문으로 이웃집을 살폈지만,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니 앨리샤에게 물었지만, 아무것도 못 봤다고 했습니다.
3일 뒤 — 이번에는 앨리샤가 아빠를 깨웠습니다. 그 아이가 한밤중에 아빠를 깨운 건 몇 년 만의 일이었죠.
"이웃 아저씨가 나한테 얼굴을 찡그렸어."
앨리샤에 따르면, 이상한 소리가 나서 커튼을 살짝 들었더니 이웃집 뒷방에 불이 켜져 있었고, 이웃이 창문 바로 앞에 서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뭘 하고 있었어?"
앨리샤가 보여준 표정은, 아빠가 평생 잊지 못할 것이었습니다.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눈썹을 찡그리고, 큐브릭 영화처럼 고개를 기울인 채 — 오른 주먹을 왼팔 위에서 앞뒤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어린 딸은 그것을 "바이올린 연주"라고 표현했지만, 아빠에게는 분명했습니다. 그 이웃은 자해를 흉내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앨리샤는 양손으로 "이리 와"하는 손짓을 보여줬습니다.
아빠는 다음 날 아침 이웃집 문을 5분간 두드렸습니다. 차는 주차장에 있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요. 돌아서면서 뒤를 힐끗 봤더니 — 이웃이 앞 창문에서 지켜보다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창틀 아래로 몸을 숨겼습니다.
금요일 밤, 아빠는 아이들 방에서 밤새 잠복합니다.
자정 무렵 —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부르는 것 같은 찰칵찰칵 소리. 그 다음에는 이를 통해 숨을 빨아들이는 듯한 휘파람. 이웃의 창문이 열려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두 집 사이의 거리는 불과 4.5미터.
아빠가 커튼을 들어올리자 — 이웃이 창문 바로 앞에 서서 앨리샤와 제이의 방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불빛이 뒤에서 비쳐 실루엣만 보였지만, 그 얼굴의 표정은 앨리샤가 보여준 것과 정확히 같았습니다.
이를 드러낸 미소. 찡그린 눈썹. 끊임없는 "이리 와" 손짓.
그날 밤 이후 아빠는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들 방 창문에 블라인드를 달았습니다. 하지만 가끔 새벽이면 — 여전히 그 찰칵찰칵 소리가 들려온다고 합니다.
💀 오늘의 괴담은 여기까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가 전염되고, 2주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고, 한밤중 이웃의 창문에서 아이들을 향한 손짓이 반복된다. 세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 일상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진다는 것.
다음 이야기에서 또 만나요. 🌑
📌 출처
이야기 1, 2: 5ch 오컬트판 / 번역: 기담괴담 (wompwomp.tistory.com)
이야기 3: Reddit r/nosleep — "My neighbor has been beckoning my children from his window a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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